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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학(味學)이 머무는 나카사키의 행복
우리 맛 연구회장 선명숙
2007년 08월 24일 (금) 15:52:48 식품위생신문 webmaster@fooddesk.com

   
 
  ▲ 우리 맛 연구회장 선명숙  
 
일본 KTN 나카시키 방송국 초청 우리 음식 발표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 만난다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요 그 인연하나가 이뤄지려면 하늘의 뜻이 크게 작용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십여년 가까이 노력해 온 나의 요리에 관한 깊은 애정이 결국은 우려곡절 끝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인연이 닿게 되어 첫 발표전을 갖게 된다는 소식이 날아왔을 때 내 마음은 여러 갈래의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평생을 한 길로 열심히 달려도 자신의 능력을 세상 어딘가에서 발표한다는 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나로서 처음에는 반가움 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일본하면 화려하고 세련된 음식의 색채와 그것들을 담는 용기들의 빛깔이나 디자인에 관한 것들이 늘 보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것으로 우리맛 연구회를 십여년 이끌어 오면서 연구 개발한 우리음식 그대로를 일본 요리계에 선보여야 한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나니 한결 마음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요리라는 것은 우선 그 테마에 맞는 식재료 준비부터 맛은 물론 이려니와 그것을 다루는 정성이 제일 크다는 것을 첫 번째 신념으로 알고 음식활동을 해왔기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서 출발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미학(味學)이 나카사키에 머물게 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위안을 하고 있을 때 어느덧 전시일자가 성큼 다가왔다. 2003년. 12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짧은 3일간의 전시기간이지만 나는 이날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식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그 색채와 모양을 잃어가기 마련인데 그나마 그 아름다운 모양을 조금이라도 더 살려보려는 마음은 전시를 갖는 어느 작가나 한마음이라 생각된다. 몇 번 다녀본 경험은 있지만 가까워도 늘 낯설게만 느껴지는 일본지도를 펼쳐놓고 전시회가 열리게 될 나카사키를 찾아보았다.

따스한 지방이라는 것을 알았고 푸치니의 그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무대이며 어렴풋이 ‘어떤 개인날’이라는 멋진 휘파람의 테마곡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나는 온갖 욕심을 다 내서 집안의 요리 기구며 전시에 필요한 그릇을 챙기다 보니 커다란 박스가 십여개를 훌쩍 넘었다. 아니 세상에 이걸 어떻게 부산까지 다 옮기려구......그리고 일본에서는 또 어떻게 이동하려는데?. 높은 탑처럼 쌓여진 재료가 담긴 상자를 확인한 남편과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우선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엄마 저 물건 다 내가 들어줄게” 그래도 아들이 남자랍시고 엄마를 위로해주는 아들이 믿음직해 보였다. “그래 이 엄마는 너희들 덕에 앞으로 출세하겠구나.” 내일 새벽이면 저 많은 짐들을 부산까지 끌고 가서 다시 배에다 옮겨야 하는데 휴-. 한숨과 함께 이내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었다. 전시회를 돕겠다며 남편과 어린 아이를 겨우 떼어 놓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동생과 딸아이, 그리고 의외로 큰 도움이 되는 아들. 우리 일행 다섯은 부산 국제부두에서 출발하는 일본 후쿠오카 행 쾌속선 비틀 호를 타고 2시간 50분 만에 도착했다.

   
 

사람이 눈만 크게 뜨면 호랑이 굴에서도 살아나온다는 속설처럼 의외로 자주 통화를 했던 일본인 기무라씨가 지인들과 함께 자동차 3대를 끌고 나카사키에서 후쿠오카까지 마중을 나와줬으니 마치 천군마를 얻은 감격이 밀려왔다. “세상에 선생님 거기서 여기까지 거의 세시간은 걸렸을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자 이쪽 분들은 일한 국제교류협회 회원이시고 한국을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이에요.” 갈길이 멀다며 3대의 자동차는 짐을 싣고 나카사키를 향해 출발했다.

“당신 참 인복이 있나봐 이 먼곳까지 어른들이 차로 직접 마중을 나와주었으니...” 남편이 의외의 조력자나 나타나니 안도의 한마디를 거든다. 전시장은 시내에 위치란 케이티엔(KTN)나카사키 방송국 특별전시관으로 다채로운 전시가 많이 열리는 곳이다. 한국의 전통한과나 음식이 아직까지 열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방송국 전시담당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전시장은 의외로 모든 요리가 진행하기 편하게 전기시설이나 손님을 접대하며 앉아 담소하기 좋은 여건인 것 같았다.

“전시공간이 참 마음에 드네요. 한 80여평 정도 되지요?” 전시담당자는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하면서 “우리 방송국에서 이렇게 좋은 저시를 열게 해주셔서 오히려 저희들이 큰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전시장의 구조와 장식을 위한 회의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전시회를 주최해준 나카사키 시청 국제과 직원들과 만남이 있었다. 깊은 대화는 어려웠지만 마침 국제과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미스 아야베상이 우리 일행의 대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행시기 끝날 때까지 친절하게 도움을 주어 지금도 그 고마움과 따뜻했던 마음이 깊이 와닿는다.

또 방송국 국제과 국장님께서는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는데 곱게 만들어진 꽃모양의 유리제품이다. “나카사키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의 유리공예를 도입해 지금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명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언젠가 유럽의 베니스에서도 그런 유리공예품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귀한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은 기무라 선생인댁에 우리 일행이 갔다. “먼길을 오시느라고 수고 하셨어요 무척 피곤하시지요?” 기무라 선생님의 부인은 집세 도착한 우리 일행에게 따뜻한 녹차와 과자를 내놓으며 저녁준비를 부지런히 했다.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드시고 숙소는 저희가 여기서 아주 경치가 좋은 동네에 사시는 ‘아오까’라는 의사선생님 댁에 민박형식으로 약속을 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경치가 있는 집이랍니다.” 정말 넓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의 좋은 집에서 풍경을 보니 잠이 더욱 오질 않는다. 나는 마음에 두고 우리 일행을 위하여 온갖 정성을 다 써준 관계자들에게 미안해 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전시가 시작되자! 나카사키시 국제과에 계시는 과장님은 나의 전시를 위해 예쁜 꽃바구니를 보냈는데 그렇게 고운 꽃바구니를 받아보니 너무나 고맞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어느새 전시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사회자가 “그럼에, 지금으로부터 한국에서 오신 선명숙상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라고 소개하자, 나는 “제 정성과 마음으로 한 뜸씩 수놓듯. 여러분을 소중하게 보시고 싶습니다.” 통역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고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그러자 전시장을 꽉 메운 많은 사람들은 은행단자, 삼색단자, 콩찰편 등 전시된 음식을 보고 “그림처럼 아름답다.” 감탄을 했고 우리 것을 맛본 그들이 또 한번 감탄을 했을 때 좋았던 나는 난생 처음 일본신문에도 고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큰 머릿기사와 함께 지면을 장식했다. “음식도 곱지만 한복이 아주 예뻐요.” 인터뷰를 했던 마이니치 신문사의 여기자는 한 번 입고 싶은 듯 자꾸 나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왔군요, 아마 우리 방송국에서 갖는 행사치고 제일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아요.” 전시 담당자는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을때 얻어지는 성취감과 행복... 일본, 그리고 나의 미학이 머무는 나카사키는 이렇게 해서 푸근했다. 전혀 생소한 언어와 얼굴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큰 행복을 느끼고 있을 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하얀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선생님 정말 큰 축복을 받은 것 같아요.” 나카사키에 이렇게 많은 뭄이 내리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며 아오끼상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음식활동! 나의 미학!...... 인연하나가 이뤄지려면 하늘의 뜻이 움직인다고 했는데... 나카사키 한일 문화 교류협회, 일본 전통과자를 만드는 협회, 일한 친선회, 나카사키 국제교류협회의 후원은 나에게 영원한 꿈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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